2006년 여름.. 뮤지컬 "지져스, 지져스" 공연을 하기 위해, 미국 아틀란타에 갔다. 비록 일년에 한두번씩 하는 공연이지만, 똑같은 내용을 4년째 해 오던 터라, 특별히 새로울 것도, 떨릴 것도, 불편할 것도 없을 수 있는 공연 이었다.
그런데.. 한국에서 연습을 할때부터 이상하게 한군데에서 자꾸 목에 가시가 걸리듯, 마음이 걸렸다. 다름아닌, 예수님이 겟세마네에서 마지막 기도를 하는 장면이었다.
예수님은 잡혀가시기 전날 밤, 겟세마네 동산에 올라가셔서 하나님께 기도를 했다. "아버지, 하실수만 있다면, 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 주옵소서. 하지만, 내 뜻대로 하지 마옵시고, 오직 아버지 뜻대로 하옵소서."
극중 예수님도 같은 기도를 했다. 눈물로 울부짖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하나님은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 하셨다.
하나님께 울부짖고 난 후, 예수님이 하는 대사 한마디가 나를 많이 괴롭게 했다. 아주 짧았지만, 그 말 한마디를 하는게 참 부끄러웠다.
"이 몸 받으소서."
이 한마디였다.
아무리 극중 이었지만, 진짜 예수님이 아니라 그냥 예수님을 연기하는 배우였지만, 이 대사 한마디 만큼은 양심상 도저히 하기가 힘들었다.
도대체 내 몸이 무엇이길래..
"이 몸 받으소서"라고 감히 말을 할수 있을까..
주님께서 내가 태어날때 너무나 깨끗한 몸과 마음을 주셨는데, 지난 40년 동안 세상의 온갖 나쁜 것들과 생각으로 내 몸과 마음을 더럽혀 놓고, 주님이 말씀하신 것 딱 반대로 살아와 놓고, 이제와서 실컷 더럽혀진 몸과 영혼으로, "이 몸 받으소서"라는 말을 하기가 너무 창피하고 죄송했다.
예수님께서 내 죄를 사하여 나를 순결하게 만들어 주시려고 십자가에서 그 고통을 당하고 돌아가셨는데.. 난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지금껏 내 몸을 상하게 하는 나쁜 습관을 들이고, 다른 사람을 질투하고, 시기하고, 미워하고, 용서하지 아니하고, 내 욕심을 위해서 영혼을 상하게 하면서 너무나 오랜 세월을 살아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으로서 "이 몸 받으소서"라는 대사를 하기엔 너무나 염치가 없었다. 감당하기 힘들었다.
공연을 하던날, 아침 호텔방에서 하나님께 기도를 했다.
"주님, 정말 죄송합니다. 저한테 순결한 몸과 마음을 주셨는데, 그걸 제가 너무 오랜 시간 동안 더럽혔습니다. 아주 나쁜 것들로 채웠습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 아직도 주님의 아들입니다. 저 인간입니다. 주님이 만드셨습니다. 용서해 주세요. 그리고, 제가 비록 죄를 많이 지었지만 그래도 주님 일 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아무거나 시켜주세요. 아버지 일 할 수 있게 해주세요. 사랑합니다. 주님, 주님도 저 사랑하시잖아요. 그러니까, 사랑하시니까 저를 만들어 주셨잖아요. 시켜주시는 대로 다 하겠습니다. 비록 썩은 몸이어서 "이 몸 받으소서"라는 대사조차 하기 괴롭지만, 저 주님일 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이렇게 기도를 드리는데, 마지막 말을 끝내기도 전에 주님께서 음성을 들려 주셨다.
천둥처럼 큰 소리가 아니었다.
성경말씀을 통한 음성도 아니었다. 비록 짧지만 너무나도 확실하게 구체적으로 음성을 들려 주셨다.
기도가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내 가슴에 에어백이 터지듯이,
큰 풍선같은 것이 팍 하고 터지면서 나의 심장을 말씀 한마디로 가득 채워 주셨다.
"이미 그렇게 하고 있잖아.."
주님은 나 자신조차 더럽게 생각하는 나를.. 이미 들어서 쓰고 계셨다.
하나님께서 우리 각자에게 만들어 놓으신 계획은 이 세상 어떤 지도 보다도 치밀하고, 정교하다. 다만, 우리가 모르고 있을 뿐... 그 분은 이미 처음부터 끝까지 다 알고 계시다. 그 분이 바로 우리의 아버지 하나님이시다.
-차인표-
댓글 1
신승규 2011.8.13 08:36
아...차인표라는 분...마음에 감동줘뻐리네ㅜㅜ